이노베이터 이야기 – 베터플레이스가 주는 교훈

3월 26, 2012 — 댓글 남기기

베터 플레이스는 사업계획서 하나만으로 시작해, 각 국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베터플레이스의 충전소와 호환되는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스라엘에서만도 50만개의 충전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직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래 자동차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게 된 점은 앞으로의 결과를 떠나서 높이살 만하다.

샤이 아가시가 이렇게 공상에 가까웠던 사업을 현실화 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공짜 전기차를 가능케 하는 뛰어난 사업모델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좀 더 눈여겨볼 만한 점이 두 가지 정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여러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행동하게 만드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샤이 아가시는 다보스포럼에서 접한 ‘2020년까지 세상을 보다 나아지게 하기 위한 일’이라는 화두에서 본인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사명을 찾았다. 석유를 쓰지 않는 자동차의 보급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당시에 SAP에서 보다 높은 자리로 오를 수 있는 입장에 있었는 그이지만, 하나의 개인 프로젝트에 불과했던 베터플레이스를 위해 각국의 정부에 공들여 만든 사업계획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미지출처- 플리커, 원작자: Dunechaser

그가 간파했던 진실 중에 하나는 전기자동차 시대는 기다린다고  서서히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회 시스템에서 전기차가 보급이 되려면, 충전소부터 전력회사와의 파트너십,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대량생산 등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이는 한꺼번에 여러 주체들을 동시에 움직여야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샤이 아가시는 Ted 컨퍼런스에서 행한 강연에서, 전기차 보급을 설파하면서 케네디가의 정치인을 만난 이야기를 한다. 산업혁명전의 영국이 노예제를 유지하고 있을 당시, 노예들은 사회의 에너지 공급원 중 25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노예제 폐지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지만,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서서히 진행하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국 노예제 자체가 일시에  폐지되고 난 후에 벌어진 일은 혼란이 아닌, 산업혁명이었다.

현재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이로 인해 돌아가는 사회시스템도 결국은 새로운 차원으로 대체가 필요하지만, 점진적으로 하자는 의견이 대세이다. 샤이 아가시는 그래서는 너무 늦다고 말한다. 노예 제도의 폐지처럼 당장 바꾸려고 해야 바뀌는 것이고, 그 결과는 산업혁명과 같은 높은 차원으로의 발전이 될 것으로 주장한다. 과거에 케네디 대통령이 인간을 달에 보낸 것도, 비전을 제시하고 시한을 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큰 일에는 큰 비전과, 명확한 시한, 그리고 당장의 실천을 독려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베터플레이스에 배울 수 있는 두번째 점은, 누구를 먼저 만나고 어떤 순서로 진행할 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보내긴 했지만, 가장 일의 진척이 먼저 이루어진 곳은 이스라엘이었다. 샤이 아가시 자신이 이스라엘 출신이긴 하지만, 석유 자본과의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는 이스라엘은 전기차를 도입하기에 최적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또한 국토가 협소하고, 국경 출입이 수월치 않아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용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 적격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이스라엘에서 일의 실마리를 푸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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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플리커, 원작자: irodman

그러면 하필 왜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를 만났을까. 새로운 에너지 산업은 정부의 규제하에 놓여있기 마련이다. 또한 전기충전소는 현지의 전력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가야만 사업이 가능한 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력회사들은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정부의 도움없이는 베터플레이스는 불가능한 것이다.

샤이 아가시는 당시 만났던 이스라엘의 총리로부터 자동차 회사를 통해 20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면, 2억불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이런 약속이 있었기에, 전기차를 생산할만한 기업들이 베터플레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르노 자동차와 제휴하게 된 것이다. 플랫폼 측면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동시확보 전략’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동시에 이해 당사자인 정부, 전력회사와 자동차 회사를 끌어들여서 베터플레이스 사업을 실행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만약 전기 자동차 200만대와 충전소 50만대라는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았다면, 누구도 이것이 새로운 새로운 사회시스템이 될 것으로 믿지 못했을 것이다. 실험적인 수준에서 끝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동시확보 전략의 예로는 모비 TV (MobiTV)를 들 수 있다. 핸드폰에서 텔레비젼 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 인데, 이동통신사의 지원과 콘텐트 사업자의 참여가 필수였다. 당시 모비 TV는 사업의 실행을 위해 이동통신사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트 사업자를 모집하면, 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이를 기초로 해서 콘텐트 사업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여서, 결과적으로 주요 파트너들을 모두 사업에 끌어들였다.

굳이 전략적인 측면이 아니라 하더라도 순서를 정하고, 매듭을 풀어나가는 것이 사업 실행의 중요한 요건이 됨을 느낄 수 있었다.

베터플레이스는 이스라엘에서 첫 단추를 끊은 후, 일본, 네덜란드 같은 유사한 환경의 국가로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주요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으로 그 대상 범위를 확장하였다. 만약 베터플레이스의 배터리 규격과, 자동차 충전 요금 지불 체계가 산업 표준화된다면, 상당한 파급효과를 나을 것으로 보인다.

♣♣♣  이노베이터 이야기가 드디어 한권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제 보다 많은 떠오르는 혁신 기업들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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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글: 전기차가 활주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담한 도전, 베터플레이스 이야기 1편

전기차가 활주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담한 도전, 베터플레이스 이야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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