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첫 인상이 중요한 이유

3월 29, 2012 — 댓글 3개

사회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쉬 (Solomon Asch)는 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놓은 상태에서 이 사람을 설명하는 형용사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이 형용사들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적당히 섞여 있었다. 실험 그룹을 두 개로 나누어서 한 그룹에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을 먼저 제시한 후, 나중에 부정적인 표현으로 넘어갔다. 다른 그룹에는 부정적인 표현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으로 순서만을 바꾸었다. 가상의 인물을 설명하는 똑 같은 내용이 제시되는 순서를 바꾼 결과는 어떠했을까.

Word Game (이미지출처-플리커, 원작자: leunix)

긍정적인 표현을 먼저 보고, 나중에 부정적인 표현을 본 사람들은 가상의 인물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부정적인 표현을 먼저 본 사람들은 보다 부정적으로 가상의 인물을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는 나중에 해당 인물의 특징이 추가로 주어졌을 경우, 사람들이 이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사려깊다’는 ‘긍정적으로는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많다’ 이지만, 부정적으로는 ‘우유부단하다’라고 비쳐질 수는 있다. 또한 ‘단호하다’라는 것은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확신이 강하다’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아집이 강하고, 유연하지 못하다’는 나쁜 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똑 같은 특징 하나를 두고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어감이 되기 때문에, 관점은 더 없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먼저 들어온 정보를 좀 더 신뢰하게 되고, 이후에 들어온 정보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걸까. 사람은 기본적으로 패턴화 시키는 것에 익숙하다. 앞서의 물항아리 실험에서 보듯이, 비슷한 방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 몇 개를 만나고 나면, 나머지 문제들 역시 해당 방식으로 풀고자 하는 관성의 패턴이 생기는 것이다. 패턴에 의해 좀 더 문제를 빨리 풀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좀 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어렵게 풀게 되거나, 패턴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만나면 답을 찾기 어려워 하게 된다.

이렇게 단순히 전체적으로는 같은 정보이지만, 정보가 어떤 순서로 우리의 인식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관점이 달리 형성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에 비해 덜 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블링크’에서 전문가들이 스스로는 설명 못하지만, 3초 남짓한 시간 동안 상황이나, 사물을 보고 본질적인 면을 간파하는 것에 주목한다. 흔히 말하는 전문가의 직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좀 더 과학적인 견지에서는 전문가가 경험으로 무의식 중에도 패턴을 인식하게 되고, 이를 올바로 처리하기 위한 보다 나은 방식을 몸에 익히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pattern_brocade

사물에서 패턴을 읽는다 (이미지출처-플리커, 원작자: aaron.bihari)

이런 패턴은 주변에 대한 조건 반사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여,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영양들이 풀을 뜯다가도,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편에서 갑자기 나뭇가지가 흔들리거나 하면, 무작정 반대쪽으로 뛰고 보는 것도 그런 패턴읽기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자 같은 맹수들이 자신의 사냥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바람을 마주보고 먹이감을 찾아서 접근하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전문가의 함정이라는 것도 있다. 패턴이 편하고 필요하기도 하지만, 패턴화에 빠지다 보면,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을 게을리 하기 쉽기 때문이다.

마치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 왼쪽 / 오른쪽 안내음성대로만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나중에 같은 곳을 또 가려고 하면, 네비게이션의 도움 없이 어려운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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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to 모든 일에 첫 인상이 중요한 이유

  1. 

    제목과 글 내용의 결과가 좀 다르게 흘러가는것 같네요
    그리고 일부러 비관적으로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한국은 엄청난 패턴에 휩쌓여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20대엔 xxx을 해야 하고, 30대에 xxx을 해야하고, 결혼 후엔 xxx을 해야 하고 등등
    인생을 살아가는데 패턴이 편할때도 있지만 고정된 패턴때문에 힘든 경우도 많죠.

  2. 

    어떤 생각이 고정 관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이미 희망적이라고 보이는데요. 사회적인 통념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다르게 사는 방법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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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패턴의 함정 « imaginefrom - 4월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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