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는 하지 않는 좌측 통행, 우측 통행

5월 24, 2012 — 댓글 남기기

어린 시절 초등학교 복도를 지날 때면, 선생님들이 항상 좌측통행을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복도에서 지나다닐 때,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였는 데, 효율성 측면에서는 좋지만, 요즘같이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 기준일 것이다. 복도를 반대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자유 정도는 주어져도 괜찮지 않았을까.

기존에는 국내에서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는 경우, 사람의 보행안전을 위해서 좌측 통행을 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 2010년 7월부터는 이것이 우측 통행으로 바뀐다.이전까지만 해도 달려오는 차량을 마주보고 걸으면, 차량이 사람에게 뛰어드는 등의 유사시에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도 있었다.

Run, Blago, Run!

우측통행, 이미지출처 플리커, 원작자 ChicagoGeek

하지만 세계적으로 자동차는 우측 통행을 하는 데, 사람은 반대로 좌측 통행을 하도록 권고하는 곳은 별로 없다고 한다. 둘 다 좌측 통행이거나, 우측 통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유독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역사적인 이유때문으로 알려져있다. 일본이 국내법에 영향을 주던 구한말 시대에 시민들의 좌측 통행 관련 법규가 들어오고, 나중에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동차 법규는 우측통행을 요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다른 통행 방향을 따르는 이유를 총과 칼이라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바라보는 해석도 있다.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총을 집어넣는 총집은 오른쪽 허리춤에 보통 위치한다. 칼의 경우는 반대다. 일본의 사무라이의 경우, 칼집을 왼쪽 허리춤에 비스듬히 차고 다녔다. 공교롭게도 무기를 차고 있는 위치가 각 국의 통행 방향과 일치한다.

이는 벽을 사이에 두고, 무기를 가지고 다니면, 아무래도 적이 나타나도 뺏길 염려가 적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또한 무기를 빼서, 바로 공격에 들어갈 때에도 해당 방향에서 팔의 움직임이 좀 더 자연스럽다. 증명된 바는 없지만 서부시대의 총잡이나, 에도시대의 사무라이가 먼저 길을 걸으니, 맞은 편에서 오는 일반 시민들 역시 상대방을 피해서 같은 방향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것이 관습화된 것이라고 한다.

Samurai.jpg

왼쪽에 칼집을 찬 사무라이, 이미지출처 플리커, 원작자 Andy Heather

Gun

총집이 오른쪽에 있는 총, 이미지출처 플리커, 원작자 ToastyKen

2010년 7월에 법규 개편 당시 사회적 논란도 있었다. 사람과 차량의 통행 방향을 일치시키는 것은 좋지만, 어릴 때부터 좌측통행으로 걷도록 교육받은 사람들이 행동을 바꿔야 한다. 이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란 것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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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그렇게 방향 자체를 국가가 정해주는 게 필요하냐는 원론적인 의문도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우도 사람들이 우측에 붙어서 타고, 갈 길 급한 사람은 좌측으로 다니도록 한 아이디어는 좋았다. 하지만 우측에 하중이 몰리면서 벨트고장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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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통행, 우측 통행을 정해놓고 걷는 고정된 사고는 사실 혁신가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비즈니스 세상에서는 기획자와 분석가가 모두 필요하다. 이 둘은 근본적으로 떨어져 있기보다는, 함께 노는 통섭의 영역안에 있을 때 더 빛난다.

‘비즈니스 지니어스’를 저술한 피터 피스크도 서로 다른 ‘음’과 ‘양’의 특질을 가진 것들이 융합되면서 탁월한 성과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낸다고 주장한다. 우뇌와 좌뇌, 혁신 아이디어와 실행, 현재와 미래, 고객과 기업 중심의 사고가 통합되면 새로운 미래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서로 대립적인 것들간의 공통점을 찾는 행위와 다름 아니다.

가끔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렇게 두 가지를 나누어서 전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부분도 그러한 경우의 하나다. 전통적으로 새로운 신상품을 기획하고, 이에 대해서 시장조사, 마케팅 계획 수립 후 판매 채널, 가격 책정을 하는 경우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전통적인 제품 판매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그에 따라 속성이 좌우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부분을 고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Business Models for Entrepreneurs...

Business Models for Entrepreneurs, 이미지출처 플리커, 원작자 thecrispone

하지만 비즈니스모델 자체가 전통적이지 않고, 다양한 의외성을 가지며, 어떤 의미에서는 일반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보일 수 있는 경우에는 어떨까. 혁신 아이디어와 실행 관점이 분리되면 구조적으로 쓸만한 비즈니스모델이 나오긴 힘들 것이다. 아이패드가 사진액자를 대체하고, 아이폰이 디지털카메라와 게임기와 경쟁하듯이 ‘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에도 갑자기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직면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때론 좌측통행, 우측통행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한쪽 방향과 관점에서만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된다. 길을 갈 때 바닷게처럼 옆으로 걷는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할 세상은 이미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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