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실에서 배운 작은 교훈, 변화에 대응한다는 것

9월 18, 2012 — 댓글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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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플리커, 원작자 Scott Hess

이전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제목의 책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창고 가득히 쌓여있던 치즈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것을 깨닫게 된 쥐들이 당황해서 벌이는 에피소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억으로는 창고에 다시 치즈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쥐와, 다른 치즈를 찾아서 떠난 쥐로 크게 행동이 구분되었던 것 같다. 경영 용어로는 변화 경영에 대한 이야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갑자기 오래전 읽은 책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다름 아니라 최근에 집 세면실에서 겪었던 작은 일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 세면실에는 세가지 종류의 손님이 들어 살고 있다. 하루살이와, 이것을 먹고 사는 자그마한 거미 한마리와, 가끔 습기찬 날에 어디로 들어왔는 지 눈에 띄는 지렁이들이다. 그렇다고 내가 사는 곳이 결코 불결하기 때문은 아니다. 세면실에도 환기구나 수채통 등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여럿 있으니 생기는 것이다.

밖에 비가 오는 날에 가끔 눈에 띄곤 하는 지렁이는 생각보다 우둔한 동물이다. 세면실 바닥에 적당한 습기가 있어서 다닐만 하면 너무 돌아다니다가, 어느덧 습기가 마르고 나면 미처 몸을 적실 곳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가끔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중간에 횡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쌀알만한 작은 집거미의 특이한 행동이 최근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문 옆에 구석진 곳에 한달 넘게 집을 짓고 살고 있었고 하루살이도 넉넉하게 포획해왔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거미줄이 원래 있던 장소에서 1미터 남짓 떨어진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난 후에 보니 아예 거미줄도 철거하고, 그 다음부터는 보이질 않았다. 멀리 이사를 떠난 모양이다.

당시는 거미가 이사를 간 이유를 몰랐는 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철이 쌀쌀해져서 먹이감이 되는 하루살이도 줄어들고 해서 사냥 위치를 바꿔보고 했지만 신통치 않아서 멀리 다른 곳으로 간 것 같다.

지렁이는 안전지대를 현실 이상으로 넓게 설정해 놓고, 환경 변화를 너무 늦게 감지하다가 하늘나라로 간 케이스지만, 거미의 경우는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집도 옮겨보는 식으로 시도해보다가 안되겠으니 아예 이사를 가버린 경우다. 혹독한 변화의 시기에 누가 더 생존확률이 높을 지는 명약관화하다고 하겠다.

변화라는 것이 단지 계절적 (Seasonal)인 것인지, 전환 (Transitional)적인 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져본다. 단지 가을이 오고, 겨울을 견디면 봄이 오는 형태의 변화라면 계절을 나면 되는 수준이지만, 그 변화가 좀 더 항구적인 것이라면 그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요즘 이런 저런 일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다 보면 과연 날씨만큼이나 서늘해진 경기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계절적인 것임을 기대하는 긍정을 가져보면서도, 전환일 수도 있기에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하지 않나라는 현실적인 관점을 동시에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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