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융합은 인문학적 보편성과 산업사회 전문성의 경계에 있다

3월 27, 2014 — 댓글 남기기

융합은 인문학적 보편성과 산업사회 전문성의 경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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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까지 비즈니스 전략과 관련된 다섯 권의 책을 직접 써서 세상에 내왔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섯 권을 혼자서 책을 써서 내왔고, 주제 자체도 혁신을 중심으로 영역을 넘나드는 내용으로 써왔기 때문에 가끔 질문을 받는다. 도대체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졌기에 그런 책들을 쓸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 비전아레나 조용호 대표의 출간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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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비전아레나

실제로 자기가 자신을 돌아보기가 가장 어렵기도 하지만, 그런 질문을 계기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가 경험해 왔던 것들이 어떻게 현재의 창작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중학교 3학년때부터 선물로 받은 애플 컴퓨터를 가지고 프로그래밍을 공부했었다. 당시는 플로피디스크가 거의 아이패드 미니 만한 크기였고, 청계천에 있는 세운상가에 가서 새로 나온 게임이나 프로그램들을 복사해 오는 것이 큰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세운상가 키즈였던 셈이다.  나중에 대학교의 전공은 산업공학을 택했다. 당시 과에 대한 많은 이해는 없었지만 문과와 이과의 적성이 반반씩 나온 나에게 산업공학과가 적합하리라는 주변의 권고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서클활동은 클래식 기타반에서 하였다. 졸업할 때까지 임원도 맡고 지휘자 역할까지 했으니 나름 열심히 활동했다고 볼 수 있다.

< 사상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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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위키백과,네이버 지식백과

대학교 당시는 나름 문학청년 행세를 한답시고 알베르까뮈, 샤르트르, 에리히 프롬, EH카아, 니체, 노자 등 사상가들의 글에 빠져있었다. 시를 쓰는 것도 좋아해서 당시 메모해 놓은 시만 모아도 시집 2권 정도는 낼 수 있었으리라.  실제로 학회지에 ‘바람의 방생’, ‘야송’이라는 제목의 두 편의 시를 게재하기도 했었다.

그 다음에는 회사생활로 IT 관련 대기업 연구소에서 첨단 소프트웨어 제작을 했었다. 당시 국내에 몇 명 안되었던 마이크로소프트 자격증도 가지고 있었고, 사내에서 자바 전문가로 통해서 공식적으로 사내 강의도 몇 번 진행했었다. 그러던 중 IT 컨설팅에 관심이 생겨서 외국계 기업의 컨설팅 부문에 지원하여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연구와 컨설팅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한마디로 연구는 책상다리하고 새로운 기술 및 지식과 씨름하는 것이라면, 컨설팅은 고객을 위해 발로 뛰고 밤도 새며 개인 생활을 버리고 헌신해야 하는 것이랄까. 3개월동안 새벽 2시 전에 집에 들어가 본적이 없을 정도로 바쁘고도 약간은 번아웃되기 직전의 생활을 하면서 이게 과연 컨설팅의 모두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나중에 삼일회계법인 (PricewaterhouseCoopers)의 컨설팅 부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략 컨설팅이라는 좀 더 내가 기대했던 영역에 가까운 곳을 체험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통신과 미디어 산업에서 사업기획 전문가로서 경험을 쌓아갔다.

해당 과정에서 자격증으로만 IT와 국제 생산재고, 구매의 공급망 관리, 국제 관리 회계, 기술사 등을 공부하거나 취득했다. 또한 MBA과정도 국제 경영으로 들어가서 디자인경영으로 졸업을 했다. 한마디로 나의 경우 한 우물만을 판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단지 목말라하고 관심있던 분야가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이를 공부하고 체득하려고 애써왔다고 할 수 있다.

< 1회 비전아레나 오픈 세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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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비전아레나

지금은 플랫폼 경영과 혁신, 비즈니스모델이라는 주제로 계속해서 연구 및 지식 공유 활동을 해오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포럼을 통해 매월 2회씩 오픈 세미나와 독서모임을 전개하고 있는 데 이곳에 오시는 분들 역시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모임 그 자체로 인적 융합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융합이란 과연 무엇일까. 기술과 인문의 만남이라는 키워드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작은 면만을 본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정한 융합은 다름이 서로 어울리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의 의미를 가진다.

우선은 문화다. 우리 국민 중에서는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을 동일시하는 실수를 하는 분들이 많다. 세상에 정답이 하나라는 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4지 선다형 객관식 사고다. 그러나 실제로 삶과 인생은 정답 하나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담아내는 에세이가 좀 더 인생의 모습에 가깝다. 융합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 오히려 다름이 기존의 나를 바꿀 수 있는 배움을 준다라는 긍정적 자세가 융합을 가능케한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동종집단 중심의 사고는 융합의 일상화를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두번째는 전문성이다. 서로 다른 상태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면 각자가 또한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지적 자극을 주기 위한 측면과, 다른 이가 가진 생각을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해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전문성이란 굳고 딱딱한 아집이 아니라 다른 이와 원활히 소통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 개인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면 훨씬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하나 이상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융합적 사고에 접근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는 비즈니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고객 문제 중에서 중요한 것은,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니즈에 해당하는 것과, 최근에 갑자기 그 중요도가 커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영향을 미칠 니즈다. 이 역시 삶의 보편적인 문제와 시대 변화에 따라 변하는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결국 융합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급격히 변하는 것들간의 충돌이자 교류고 새로운 잉태라고 하겠다.

결국 위에서 말한 두 가지를 좀 더 일반화 시켜보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문학적 보편성과, 한 가지 분야에서만큼은 의미있는 다름을 제기하는 산업사회의 전문성이 같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단지 기술과 인문을 이야기하는 지엽적인 융합이 아니라 보편성과 전문성을 이야기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바라본 융합이 논의되길 바란다.

(끝)

 

이 글은 기술인문융합창작소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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