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Government (이미지출처-플리커, 원작자: kolix)
실리콘밸리가 미국 경제를 다시 이끌게 되면서, 국내의 민간기업들도 플랫폼 전략을 어떻게 이해하고, 자사에 적용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기관 또는 정부에 있어서 플랫폼이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활용될 수 있을까? 사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은 막 시작한 단계이기때문에, 이 글에서는 해외에서는 이와 유사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고, 플랫폼 전략을 정부에 도입할 때의 기본적인 모습을 몇 가지 정리해보려한다. 아마 앞으로 좀 더 생각이 정리되는대로, 후속 글을 몇 편 더 써보려고 한다.
1.공공 데이타 제공자로서의 정부
해외에서는 2009년경 오렐리사의 편집장인 팀오렐리에 의해 ‘플랫폼으로서의 정부 (Government as a Platform)‘ – (번역참고: 정부2.0:플랫폼으로 거듭나라, Channy’s Blog) – 이라는 주제로 논의가 촉발된 적이 있다. 당시는 웹2.0으로 인한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모델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던 차였고, 팀오렐리는 이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였다. (오렐리사는 웹2.0 서밋 등 관련 행사의 주관사이기도 하다.) 또한 전년인 2008년에는 애플이 아이폰용 앱스토어를 오픈하였다. 팀오렐리의 플랫폼으로서의 정부 아이디어는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시민들 (정확히는 개발자들)이 접근해서 앱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Open Gov Data (이미지출처-플리커, 원작자: justgrimes)
이는 웹을 만든 팀버너스리가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 용도의 목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오픈 데이터와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팀버너스리는 2008년부터 고든브라운 총리가 있던 영국 정부와 협력하여 정부의 데이터를 공개하는 움직임을 주도한다. 그 결과물은 data.gov.uk 이다. 정부가 보유한 정보들은 도로망 정보, 실시간 교통정보, 전국 지도, 환경 및 기상정보 등 다양하다. 이런 정보들을 외부에 공개하면, 스스로 시민들이 정보의 활용처를 찾아서, 복지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실제로 미국 정부가 모든 공공 정보들을 전체 주에서 2018년까지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이끌어넀다. 공개의 방식은 API등을 통해서 외부의 서비스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눈에 보이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공공 데이터 제공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에 한 가지 빠진 고리가 있음을 비판자들은 제기하게 된다. 데이타만 공개한다고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시민의 참여를 촉진하고, 이로부터 가치를 수용하는 것이다.
2.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정부
앞서 오픈데이터 프로젝트는 영국을 모범사례로 해서, 미국, 뉴질랜드 등 해외로 확산되었다. 뉴질랜드에서 정부의 공공데이터 오픈을 추진했던 담당자는 그냥 오픈한다고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참고: Rethinking Open Data) 시민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오픈된 정보에 대한 내용과 활용사례들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나와야, 시민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데이터를 오픈하고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유지하는 것은 시민들의 세금이 들 수 밖에 없다. 막연한 희망만 가지고 불특정 데이터를 오픈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실제로 시민 복지를 위해서 활용될 수 있는 정보들을 사전에 잘 골라내야 함을 프로젝트 하면서 느꼈다고 한다. 플랫폼으로서의 정부를 처음 주창했던 팀오렐리도 미국 정부 관계자와의 미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결국 오픈데이타 자체도 고객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여기서 고객은 정부에 세금을 내는 시민들이다.
Participation (이미지출처-플리커, 원작자: Dawn (Willis) Manser)
시민을 참여시킨다는 관점은 오픈데이터를 활용하는 측면외에도, 놓치면 안될 다른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시민을 통해서 공공 복지에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고장난 가로등 위치를 공공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직접 스마트폰 앱으로 등록하는 것도 해당될 수 있다. 가로등 점검을 위한 인원을 줄이는 대신, 그 자원으로 다른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서비스의 검색, 의뢰, 구매, 유지보수 등 사후서비스 전체에 걸쳐서 시민들로부터 정보를 받아서 정부 서비스와, 정책 등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오픈데이터를 활용하여 시민개발자들이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로서 모든 것이 커버되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도 웹과 모바일을 응용한 공공서비스 기획 능력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이 올린 정보들을 모아서, 다시 오픈 데이터화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산업플랫폼 촉진자로서의 정부
산업 플랫폼이란, 특정 제품/서비스 카테고리를 위한 체계가 비교적 표준화되어 있어서 다양한 부품공급사 들이 함께 참여해서 제품 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가장 비근한 예가 PC산업의 경우다. 운영체제, CPU 를 만드는 회사가 산업을 주도하지만, 전체 영역에서 산업 표준화가 잘 되어 있어서, 수많은 부품공급사들이 그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용산전자상가표 조립 PC가 가능한 이유도 이렇게 산업표준이 잘 되어 있는 PC산업의 특성떄문이다. 초기에 IBM이 개인용 컴퓨터를 내놓았을 당시만 해도 산업표준이라는 것이 없었다. 나중에 시장이 커지면서 IBM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일부 부품을 만들어 IBM에 납품하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공급망 상의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만 부품 공급을 할 수 있었다.
Microsoft booth (이미지출처-플리커, 원작자: jdlasica)
나중에 지금은 HP에 인수된 컴팩(Compaq)이 최초의 IBM 호환기종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PC산업은 부품공급사들이 여러 곳에 납품하기 쉽도록 산업표준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은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 산업플랫폼이 되었다고, 공급망 관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HP나 Dell도 주요 공급사를 통해 여전히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산업 플랫폼이 되면서, PC산업은 누구나 기술이 있으면 진입하여 도전해볼 수 있는 시장이 되었다. 몇 몇 컴퓨터 제조사와 끈끈한 계약관계에 얽매이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인 것이다.
이러한 산업플랫폼으로 최근의 예는 애플의 앱스토어다. 아이폰용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등록하면, 전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디지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애플 담당자를 만나서 복잡한 계약협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표준과 가이드는 애플이 제시하지만, 이 장터를 통해서 시장까지 가는 데에는 특별한 진입장벽이 없다. 애플 아이폰을 판매하기 위한 보완재인 개발툴과 모바일앱은 컴퓨터로 따지자면, 애플의 생태계를 돌리기 위한 부품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플랫폼은 혼자 다 가지는 것이 아닌, 나누어 가지는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다. 물론 비대칭적으로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곳이 있긴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처럼 산업플랫폼의 핵심적인 곳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이다. 초기에 IBM이 최종 조립업체로서 모든 부품공급사와의 관계를 통제하려고 했다면, 이렇게 빨리 PC시장이 성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국 산업플랫폼화라는 것은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대신에, 최종 조립업체에 있는 회사로부터 부품공급사쪽으로 플랫폼의 중심을 이동하는 것이기도 하다.
4. 플랫폼 벤처 인큐베이터로서의 정부
산업 플랫폼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 서로 다른 주체를 연결하여 네트웍 효과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측면의 플랫폼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배달음식을 시킬 수 있는 ‘배달통’ 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 벤처는 특히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토록 하고, 거래비용을 줄이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한국판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이 비전있는 회사들도 이러한 회사들 중에서 나올 것이다. 플랫폼 벤처가 되려면, 결국은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어야 한다. 국내환경에서 글로벌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따라서 국내 플랫폼벤처를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 직접 창업하거나, 국내에서 테스트베드 삼은 후 해외로 진출할 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는 콘텐트의 번역, 해외 호스팅 지원, 해외 센터 입주, 글로벌 인적 네트워킹 지원, 글로벌 기준에 떨어지는 국내 웹 서비스 규제 부분 점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내 일부 VC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와이콤비네이터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듯 하다. 3개월 간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데모를 만들 정도의 돈을 주고, 학습을 시킨 후, 마지막 날 데모데이에서 투자유치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도 정부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서 일부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의 경우도 국내 벤처 몇 곳을 선정해서, 국내에서 인큐베이션 한 후 그 중 우수한 곳을 실리콘밸리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KOTRA등도 조금 내용은 다르지만, 글로벌 네트워킹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중이다.
Y Combinator (이미지출처-플리커, 원작자: e27singapore)
문화적인 차이와, 현지 마케팅 부분에서도 플랫폼 벤처는 글로벌 진입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웹서비스라는 것이 비대면이지만, 현지 마켓팅 또는 고객과 만나서 듣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서비스라는 것은 제품을 팔듯이 유통채널을 대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직접 대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의 글로벌화라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잘 알아가며, 고치고 바꿔야 할 부분들을 챙겨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많은 우수한 플랫폼 벤처가 생겨나고, 글로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바뀌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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